[다시2] 후아유

2024. 10. 3. (목) 16:00

성남아트센터 큐브플라자 3층 미디어홀

한국 | 2002 | 102min | 극영화 | 12세이상
감독 최 호

  • 1시놉시스
     2002년 서울, 63빌딩 채팅게임 '후아유'의 기획자 '형태'는 2년 넘게 준비해온 게임의 오픈을 앞두고 테스트 참가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노심초사하던 중, 게시판에서 '후아유'를 비방하는 ID'별이'의 글을 읽고 분개한다. 그런데 그녀가 같은 건물의 수족관다이버라는 것을 알고는 베타테스터 인터뷰를 빙자하여 찾아갔다가 엉뚱하고 당돌한 그녀에게 호감이 생긴다.
  • 2프로그램 노트
     명랑하고 씩씩한 모습의 '인주'가 궁금해진 '형태'는 게임 속 그녀의 캐릭터인 '별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캐릭터 '멜로'를 통해 질문하기 시작한다. 현실의 '인주'는 늘 일정한 선을 유지하며 씩씩하게 ‘형태’를 대하지만, 게임 속 그녀는 투명한 아이처럼 자신의 상처와 진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형태'는 현실과 게임 사이에서 '인주'를 알아가며 부푸는 감정 속에 커져가는 괴리감으로 혼란스러워한다. "라이브 스피커 켜"라는 채팅 뒤에 '인주'를 향해 부르는 '형태'의 노래는 자신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그녀에 대한 애틋함과, 그럼에도 자신의 정체를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모두 분출해내는 듯 하다. 

     불안한 미래, 과거의 좌절, 그리고 불완전한 현재. 영화 <후아유> 속 세기초의 청춘들도 지금의 우리와 같은 굴레에 헤매고 있다. 훈련 중 사고로 청력을 잃어 수영선수라는 오랜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인주'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에서 수영 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형태'는 2년 넘게 안정적인 월급도 없고, 회사 상황은 악화 되어가지만 게임의 성공을 꿈꾸며 낮밤으로 일하고 있다. 둘은 각자의 실패와 실연, 불안과 의심을 안고 무언가에 묶여있는 듯 하루하루 어렵게 나아가지만, 여전히 63 빌딩만큼 높은 비상을 꿈꾸는 청춘이다.
      <후아유>는 결국 ‘너’에 대해 물으면서, ‘나’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일이 두려웠던 '인주'는 게임 속 투명친구를 만나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나서야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형태’는 헤드폰을 낀채 세상을 둘러보며 듣지 못하는 ‘인주’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해보려 한다. 두 사람은 직면의 두려움과 번거로움을 극복하고, 그 너머의 진짜 '너'와 '나'를 마주하도록 용기를 전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둘은 끝내 게임 너머 현실 속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잡고 얘기한다. "다음 파란 불에 건너자. 우리 같이." 

     영화 속에서는 인터넷 채팅 문화가 급활성화 되었던 2000년대 초반의 낯섦과 설렘을 그대로 담고 있다. 커다란 데스크톱 앞에 앉아,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상대와 나누는 대화에는 서로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불안과 안도가 공존했다. 델리스파이스, 롤러코스터, 크라잉넛 등 향수를 불러오는 명불허전 밴드 음악들과 함께 보는 그 시절 서울의 장면들은, 2000년대를 아카이브 해놓은 듯 반갑고 그리운 감정이 든다.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엔딩곡 '차우차우'의 후렴구는 우리 기억 저편의 세기초를 불러오며, 모든 것이 새롭고 불안했던 그 때의 산뜻한 공기가 다시 우리 주위를 둘러싸는 듯 하다. (허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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