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한국 | 2023 | 90min | 다큐멘터리
감독 안지환

기획의 변
켜켜이 쌓이는 시간일수록 그 감각은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빨라지는 속도에 걸음맞춰 뛰어보기도 하지만-. 힘에 부쳐 그저 주저앉고 싶어지는 순간들도 분명히 있기 마련입니다. 숨이 가쁠 때, 민간요법은 우리에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안정시키기를 권합니다. 그렇다면, 일상이 가쁘도록 느껴질때, 우리는 어떤 ‘요법’을 수행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긴 호흡’ 섹션의 <삼각형의 마음>에서는 삶이 가쁘게 느껴질 때,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깊은 산 속, 동료들과 함께 땅을 디디고,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생동하는 자연의 복판에서 서로의 손을 움켜쥐고 살아있음을 감각하는 때-. 이러한 순간의 호흡을 통해 영화 속 누군가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고도 합니다.

우리에게 일상은 너무 빨라, 어쩌면 곁에 있을 이 호흡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산과 산악회에 위로받는 그들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영화와 함께하는 우리만의 호흡 요법을 처방해 보면서 말입니다. (윤지현)

  • 1시놉시스
    배우들로만 이루어진 산악회인 ‘맘 산악회’는 15년째 매주 북한산에만 오르고 있다. 극장이 쉬는 월요일에 혼자 있지 말자며 배우 손병호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해, 산악회를 오고 간 배우가 백여 명이 넘는다. 모두가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마음에 아픔과 꿈과 목표를 품고 함께 서울을 지키고 있는 큰 산을 오른다.
  • 2프로그램 노트
    배우 손병호가 매주 월요일 북한산을 오르는 ‘맘 산악회’를 이끈 지 어언 18년이다. 맘 산악회 회원 대다수는 아직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배우들로, 산을 오르는 네 명의 배우, 이석호, 최문수, 진현광, 김지영은 산과 산악회, 그리고 연기가 그들 삶 속에서 가지는 의미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배우 개개인의 깊고 아픈 사연들은 우리 마음속에 열정과 감동을 일으키고,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아찔한 삼각산을 오르내리는 장면들은 바위산으로부터 오는 웅장한 기운과 ‘함께’의 힘을 스크린 너머로 전달한다. 고단한 무명배우의 삶이지만 배우 프로필을 준비하거나 대사를 외우는 등 끝까지 연기를 붙드는 배우들의 일상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히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사이사이 삽입된 널찍한 북한산 정경, 흑백사진, 예스러운 산수화, 고지도는 영상의 아름다움은 물론이며,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를 굽어살피는 산이 주는 안도감을 자아낸다. 또한, 한국 고전 영화 조각들부터 배우들의 유쾌한 만담과 까마귀 조나단, 극영화의 한 장면 같은 헬리콥터의 등장까지, 영화 곳곳에 아기자기하고 통통 튀는 요소들이 숨겨져 있어 울다 웃다 하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임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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