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호흡-2, 성남 단편선

<추억은 페페로니> <낚시> <바람이 좋은 날>
<흔들리는 것은 내 몸인가 마음인가> <당신에 대하여>

선정의 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련된 ‘짧은 호흡-2, 성남 단편선’은 성남시에서 활동 중인 제작자의 작품, 또는 성남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상영하는 섹션입니다. 성남시 영화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지하고, 성남 시민들이 영화제를 더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유일한 공모 부문이기도 합니다.

약 2주간 진행된 공모를 통해 총 9편의 영화가 접수되었습니다. 9편 모두 각기 다른 주제와 결을 담고 있었지만, 전부 기발한 소재와 고유의 강렬한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었습니다. 더불어 계원예술고등학교를 통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된 재학생, 졸업생분들의 작품 32편을 살펴보았습니다. 청소년 제작자들답게 번뜩이고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많았으며, 학교가 위치한 분당구의 풍경들을 영화의 배경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작품들 중 주제인 ‘호흡’과의 적합성, 함께 상영될 작품들과의 조화 및 ‘성남시’ 배경과 소재를 영화 속에 잘 풀어냈는지 등을 고려해 공모작 중 4편의 영화, 계원예고 작품 중 1편의 영화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선정한 상영작 5편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편 묶음의 시작을 알리는 <후식은 페페로니>는 단편적인 만남 안에서 우리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잠수’를 소재로 하는 <낚시>는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통 방식과 사랑 방식에 대해 그렸습니다. 세대 간의 같고 다름을 이야기하는 <바람이 좋은 날>과 삶의 정체와 흐름을 다룬 <흔들리는 것은 나의 몸인가 마음인가>에서는 우연히 만난 인물들의 반짝이는 케미스트리와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남의 풍경과 개인의 기억이 함께 녹아든 <당신에 대하여>는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존재들이 모여 함께 호흡하며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상영작들은 스스로와의 호흡, 타인과의 호흡, 보이진 않지만 우리 마음속 자리 잡은 추상적인 대상과의 호흡 등 그 모양과 방식에 상관없이 저마다 각기 다른 템포의 호흡을 갖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성남이라는 지역 아래, 그리고 단편이라는 형식 아래 같은 흐름의 호흡을 공유할지도 모릅니다. 성남다시영화제 공모에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항상 격려와 응원을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시놉시스
    수아가 페페로니를 챙겨 타임머신 속으로 들어가 약속 상대를 만난다.
  • 2프로그램노트
    여자는 고대하던 누군가를 마주하며 그와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한다. 그녀가 정말 주고 싶었던 것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페페로니 피자 한 판. 그렇지만 무언갈 먹기엔 너무 짧은 시간. 여자는 대신하여 준비한 페페로니 하나를 자신 있게 건넨다. 그녀의 눈빛은 붉은빛 아래에서 더욱 간절하고 또 강렬해 보인다. 
    한 편의 영화를 관객에게 전달하기까지 셀 수 없는 고민과 노고의 과정이 수반된다. 러닝타임이 아무리 짧은 단편영화라 해도 말이다. 스크린을 향해 가는 감독의 길은 멀고, 이고 가야 할 짐이 양손 가득하다. 가는 중간 힘이 부쳐 모든 걸 떨구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내 도착한 감독은 관객을 마주 하고야 만다. 
    장편영화라는 궁극적인 목표 앞에서,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겨우 5분 남짓의 시간 뿐이다. 그럼에도 감독은 작고 소중한 페페로니 하나를 관객에게 건넨다. “다들 이거 먹으려고 페페로니 피자 먹는 거잖아요.”라는 여자의 대사처럼 심수정 감독의 <후식은 페페로니>에서는 사람들이 찾는 페페로니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강렬한 색채의 영상과 타임머신과 같은 엉뚱하고 기발한 영화 속 장치들은 짧은 러닝타임에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시간의 제약을 잊게 한다. 
    묘한 분위기의 음악 속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여자의 웃음은 만남을 성취했다는 기쁨, 혹은 미래의 재회에 대한 희망. 어쩌면 그저 관객과 함께 춤추고 싶은 감독의 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허주연)
  • 1시놉시스
    갑작스럽게 잠수를 탄 남자친구 주연을 찾기 위해 종서는 옥상에서 낚싯줄을 내린다.
  • 2프로그램노트
    <낚시>는 주연과 종서라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잠수'라는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상황에 관해 얘기한다. 극 중 주연은 잠수 이별의 여파로 인해 실의에 빠져 변한 본인의 심리를 마스크와 스노클을 쓴 모습으로 나타난다. 주연은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감추기 위해 외부적인 보호막을 만들어내며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마스크와 스노클은 내면적으로 차단된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며, 이러한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한편, 종서는 주연에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리면서도 주연을 끌어올리려고 애쓴다. 주연과 종서 사이에서 벌어지는 요상한 낚시는 서로 다른 성격과 감정을 가진 두 사람 사이의 대립과 유머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독특하고 강렬한 미장센 은 등장인물들이 물속에 빠져 있는 듯한 시각적 느낌을 준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극 중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몰입감 있게 전달한다. 

    이 작품은 동국대학교 학생 자체 프로젝트팀인 <대체인간(Alternativehuman)>의 첫 단편영화로, 기존 장르와 유사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할 때, 음악 장르 앞에 붙는 얼터너티브라는 말처럼 <대체인간(Alternativehuman)> 또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본 작품에서는 사랑에 대해 독특하고, 엉뚱하지만 사려 깊은 시선으로 연인들의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낚시>에서 그들의 의도와 메시지가 실험적으로 전달되면서도 관객들은 진지함 속에서 웃음과 공감, 생각할 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민)
  • 1시놉시스
    항상 일에 치여 사는 엄마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없어진 지현의 집은 대화만 하면 싸움이 난다. 상의도 안 하고 이사 온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하던 지현은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집을 나온다. 이웃사촌인 아주머니께 아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집 주변을 돌며 윤지를 찾아 이야기하던 지현은 윤지가 자신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 2프로그램노트
    영화는 모녀간의 말다툼을 비추며 시작된다. 대단히 심각한 갈등 상황은 아니다. 딸과 엄마라면 한 번쯤은 했을 법한,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그런 짜증 섞인 말다툼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오게 된 주인공 지현은, 집 나간 어린 딸 윤지를 찾아달라는 윤지 엄마의 부탁을 받게 된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슈퍼마켓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윤지를 발견한 지현은 곧장 윤지 엄마에게 연락을 하려 하지만, 웬일인지 윤지는 지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바람이 좋은 날, 그렇게 우연히 만난 두 소녀는 반나절 가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어느새 꽤나 가까워진다. 애 늙은이 같은 윤지의 말과 행동을 보며, 지현은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10살짜리 꼬마보다 더 아이 같았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에게 꽃을 전하며 화해 아닌 화해를 하는 윤지의 모습에서, 지현은 나와 엄마의 관계를 비춰보기도 한다. ‘모녀’라는 관계의 모양은 나이가 많아도, 적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엔 그랬는데, 왜 지금은 그러지 못할까. 정말 단지 흘러간 시간 때문일까? 사실 달라진 것은 크게 없을 것이다. ‘나이’라는 이유에 애써 속은 척하며 잠시 어색해졌을 뿐. 그리고 우린 안다. 누군가 조금만 먼저 다가가면 금세 다시 서로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사이라는걸. 때론 남보다도 밉다가도, 또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애증의 관계란 걸. 
    한 명의 딸로서, 우리 모두 윤지였고 지현이었다. 영화는 특별한 하루, 두 소녀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모녀관계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이는 동시에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 낸다. 어색해진 사이에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치지는 말자. 같이 장 보러 가자는 한 마디면 충분할 것이다. 엄마의 눈에 우린 모두 여전히 어린 윤지로 보일 뿐이니까. (하예원)
  • 1시놉시스
    무대 공포증을 갖고 있는 여자. 그녀는 이를 극복하고자 공원에서 버스킹 공연 중이다. 
    여자는 공연이 끝난 후 정리를 하는 도중 한 남자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고
    몰카범으로 확신하여 다가가 그의 핸드폰을 뺏는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는 핸드폰을 빼앗겨 억울해하며 그들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 2프로그램노트
    우울한 여자는 공원에서 버스킹 중에 별난 남자를 만난다. 이후 펼쳐지는 다소 초현실적인 이야기는 남자가 쓰는 소설들처럼 처음에는 무질서하다가 여자가 자신에게 맞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며 끝을 맺는다. 앞으로 걸어 나아가는 여자의 흔들린 모습을 정지된 화면으로 담은 엔딩 장면, 그리고 영화의 제목을 가사로 하는 발랄한 엔딩 곡을 통해 우리는 여자의 치유와 도약을 그려볼 수 있다. 

    영화에서 남자는 여자의 내면을 다루고 여자의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제공하며 여자가 바른 길을 걸어 나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마치 신적 존재 같은 남자의 역할은 인물을 창조하고 이끄는 소설가라는 그의 직업과 맞닿아 있다. 영화의 하나부터 열까지 지휘하고 제어하는 이 영화의 창조자, 감승민 감독이 직접 남자 역을 연기한 사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성남문화재단의 청년프로젝트, ‘2019 성남 시네마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 <흔들리는 것은 나의 몸인가 마음인가>는 성남 시민들에게 익숙한 공간들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영화를 보며 우리 집 앞 상가, 내가 다녔던 학교, 자주 걷는 산책로에서 영화를 찍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적인 공간을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는 성남 시민 관객들이 새로움, 재미, 반가움, 또는 그 밖의 어떤 느낌들을 갖게 될지 기대가 된다. 2019년의 성남과 지금의 성남을 비교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임채린)
  • 1시놉시스
    나는 성남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자랐다
    거리를 걸으면 흩어져 있는 나의 기억과 영화가 떠오른다
    요즘 들어 이 거리와 나의 기억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이미지 위에 몸이 좋지 않은 나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 2프로그램노트
    신동민 감독의 작품인 <당신에 대하여>는 감독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특징을 융합한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감독 본인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가족과 기억의 다양성을 전시한다. 

    신동민 감독의 어머니가 직접 연기하여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작품에 진정성을 부여하며, 가족 관계와 기억의 무게를 느끼게끔 한다. 
    성남이라는 공간에서 지내온 신동민 감독은 성남과 그 안에서 살아온 가족에 대한 시선을 다룬다. 극 중 성남은 그곳에서 형성된 가족과 추억들로 인해 다른 색채가 입혀진다. 

    <당신에 대하여>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현실과 상상력, 개인적 경험과 보다 일반적인 주제들 사이에서 다양한 서사를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관객들에게 개인적 경험이나 가정 생활 등 일상 속 순간들에 대해 색다른 시선으로 다가올 것이다. 실제 경험 및 내레이션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가족과 일상 사이에 있는 많은 세계를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 대하여>에 있는 가족에 대한 시선은 모든 가정들의 초상화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이동민)